저는 라식수술을 받은 안과의사입니다.
정확히는 라식(LASIK)이 아니라 라섹(LASEK)수술을 받은 안과의사입니다.
라식수술 상담을 하러 오신 환자분들께서 이런 질문을 종종 하십니다..
“라식수술, 라섹수술 을 하는 안과의사선생님들이 막상 본인은 수술 안 받으신다면서요?”
“천만에요, 저도 안과의사인데 라섹수술 받았어요. 매우 만족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안경을 쓰기 시작해서 학창시절 내내 두꺼운 근시안경 을 쓰고 지내다가 대학에 가면서 소프트렌즈를 처음 접했습니다.
고도근시인 제 눈에 맞는 핑핑도는 오목렌즈 안경을 벗어버리고 소프트렌즈를 끼고 거울을 보니 눈도 약간 커보이고, 안경 때문에 눌렸던 코랑 귀도 안 아프고, 라면 먹을 때 김서리는 증상도 없고 시야도 넓어진 것도 같고.. 새로운 세상을 접했습니다.
하지만 매일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렌즈를 끼고 있고 피곤한 날은 소프트렌즈를 낀 채로 잠이 든적도 있고 그러다보니 눈이 너무 건조하고 피곤하고 충혈이 자주 생기기도 했습니다.
역시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모양입니다.
전 무리한 렌즈 착용 습관으로 인한 콘택트렌즈 부작용 으로 여러 번 안과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심한 부작용이 생기지 않은게 정말 행운이더군요.
다행히 각막궤양이니 각막혼탁이니하는 무서운 것들은 저를 비껴갔습니다.
여튼 그렇게 안과를 들락거리다 보니 눈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저를 치료해주시는 안과 의사 선생님들이 너무 대단해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렌즈부작용이 저를 안과의사의 길로 오게 한 것 같습니다.
대학생때는 수술이 막연히 두려웠고 (그땐 수술비도 너무 비쌌구요 ^^) 전공의 시절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전공의를 마치고 벼르고 별렀던 라섹수술을 받았습니다.
고도근시라서 수술이 가능할지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이 제 각막두께는 수술하기에 충분했답니다.
수술 후 3일은 아팠습니다. ㅜㅜ 1주일동안은 일상생활은 문제없었지만 약간 뿌옇게 보였습니다. 그 뒤로는… Good~~!!
여행갈때마다 가방에 렌즈세척액, 렌즈케이스, 안경을 챙겨가야했던 때.
수영장에 갈 때 렌즈를 끼고 물안경을 쓸것인지 장님처럼 안보이는채로 수영을 할것인지 고민했던 시간들.
항상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안경을 더듬적거리면서 찾아끼고서 시계를 보던 날들.
피곤해서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어도 귀찮음을 억누르고 꼭 렌즈를 빼고 세척했던 시간들.
렌즈가 찢어져서 한쪽만 끼고 다녔던 어지러웠던 나날들...
어쩔 수 없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순간들을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어서 속시원합니다.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잠못자고 피곤한 날 아침에 눈을 뜨면 눈이 뻑뻑하고 따갑기도 하구요
가까운 글씨나 컴퓨터 모니터를 오랫동안 들여다보면 전보다 눈이 피로합니다.
나이를 한살한살 먹어가면 노안도 금방 오겠지요.
미리 단점에 대해서도 잘 알고 받은 수술이라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안은 좀더 늦게 왔으면 좋겠어요. ^^;;
Comments List
노안.. orz
저두 라섹수술 하고 싶어요...ㅠㅠ
"노안이 빨리 오는" 게 아니라 "노안증상을 빨리 느낄 수 있다"는 게 더 맞는 말 아닐까요???
라섹 했다고 눈이 더 빨리 늙는 건 아니고 굴절이상의 상태에 따라 근거리 작업에 어려움을 느끼는 시기가 더 빨라질 수도 있다는 거지요.
저도 안과에서 근무하기 전에 안과의사는 시력교정수술을 안한다고.. 얘기 들었던거 같아요~~
그래서 안경의 불편도 모르면서 수술하고 싶어하는 제 친구들에게 그냥 안경써~~~ 했어요 ㅋㅋ
그런데 근무하다 보니까 젊으신 의사선생님들은 시력교정수술을 많이 하셨고, 나이가 있으신 선생님들은 노안증상때문에
수술을 하지않으셨구나... 하고 이해가 되더라구요~~ 지금은 지인들이 시력교정수술을 할지말지 고민하면 주저없이 하라고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