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찰을 하고 진단을 내리고 치료를 하는 것은 스무고개 문제가 아니라니 무슨 말씀 이신가 하실 것 같습니다.
대학병원이나 김안과 같은 전문 병원에 있다보면 다른 여러 병원을 돌아 돌아 오시는 분들이 간간히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책같이 두꺼운 진료 기록부를 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진료의뢰서 나 진단서를 들고 오시는 분들도 있고, 그냥 오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진찰을 해보면 수술이나 치료를 받은 지 얼마안되는 경우에는 무슨 치료를 받았는지 언제, 어디서 받았는지를 여쭈어 보게 되지요.
그런데 수술이나 기타의 치료 병력을 알려주지 않으면 언제 어떤 치료를 왜 받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저 병변이 원래 저렇던 건지, 무슨 치료를 받은 병변인지, 때로는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인지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 머리속의 궁금증이 밀려 오게 되서 질문을 던집니다.
"전에 어디 병원에 다니신적이 있나요?"
" 사실은 내가 ** 병원에 몇번 다녀 왔는데, 치료 후에도 좋아지지가 않아서요"
이러시면서 진단서 내지는 진료 의뢰서를 하나 꺼내어 놓습니다.
아, 이러면 슬슬 가슴에서 뭐가 올라 옵니다. 그리고는 진단서를 읽어 보고 다시 눈을 보게 됩니다.
아, 여전히 눈은 질환 중에 있고, 저기 이상해 보이는 곳에 대한 검사를 해 보고 싶어 집니다.
"아, 내! 그런데 다시 아직 눈 상태가 망막이 좀 부어 있는 듯 보이는 데요. 검사를 해 보고 추가 치료를 해 보면 어떨까 싶네요"
"아, 그런가요? 제가 ** 병원에서 어제 검사한게 있는데 이거 말고 더 검사를 해야하나요?"
하면서 전에 병원에서 검사했던 기록을 꺼내 듭니다. 해 봐야 하는 검사들이 다 되어 있습니다. 아, 지금까지 뭐하거야 하는 생각이 들지만 참아봅니다. ^^
검사를 다시 살펴보고 치료를 어떻게 할까 결정을 합니다.
"아 그러시면 주사를 치료를 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요"
"네 그 치료 밖에 없는 건가요? ** 병원에서도 주사를 해 보자던데 몇번을 해도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아서 말이죠"
"그 병은 주사 치료가 현재 가장 많이 하고 효과적인 치료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병원에서 같은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주사시술은 특별한 술기를 필요호로 하는 것은 아니니 ** 병원이나 이곳이나 차이가 없습니다. 병원을 이곳 저곳 다니면 비용만 더 많이 드실 것 같습니다. 편하신 곳에서 받으시면 됩니다."
만성 질환의 경우 한번 이나 때로는 몇번의 치료로 치료가 종결되는 질환이 아닙니다. 치료라는 큰 퍼즐은 환자분과 의사가 머리를 맞대고 맞추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퍼즐 조각하나를 손에 쥐고 보여 주지 않는 다면 퍼즐의 완성은 점점 어려워 지겠지요. 물론 그것은 의사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주지 않는다면 그 역시 같은 과정을 겪게 되겠지요.
많은 경우에 있어서 여러 병원을 다니게 되는 이유는 불신에서 기인합니다. 치료 효과에 만족하지 못하 경우에도 진료하는 의사의 태도에도, 불신의 씨앗은 생기게 마련이고 그런 결과가 때로는 새로 만나는 의사에게 스무고개 문제를 만들어 이 의사와 저 의사의 진단과 치료가 적절한지 찾아보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백번 이해는 되지만 사실 그런 과정은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는 결과를 주기도 합니다.
얼마전 국내 유명대학의 저명하신 선생님께서 강의하신 조절 인공수정체에 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백내장 수술은 우리 눈의 수정체가 혼탁이 온 것인데 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으로 치료를 합니다. 삽입되는 인공수정체는 대부분 단초점 인공수정체로 근거리 또는 원거리에 맞추어 삽입하게 되는데 따라서 가까운 곳을 잘보이게 삽입하면 원거리는 안경착용을 해야 하고 원거리를 잘 보이게 삽입하면 근거리는 돋보기를 써야 하는 불편함이 남습니다.
약 10여년전 부터는 원거리 근거리를 모두 잘 볼 수 있는 다초점 인공수정체가 여러 회사에서 다양하게 개발되어 사용 중에 있습니다. 보험 급여가 되지 않고 상당히 고가이기 때문에 많이 이용되지는 않고 있습니다만 노안 수술을 겸하고 있어 장점이 있습니다.
강의의 마지막에 본인이 백내장 수술을 받는다면 어떤 인공수정체를 삽입받을지에 대한 의견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일단 내가 백내장 수술을 받는다면 여러 다초점 인공수정체 중에 하나를 넣어보고, 좋으면 다행이고 좋지 않으면 몇달 정도 적응을 해보다가 정말 적응이 잘 되지 않으면 다른 다초점 인공수정체로 교환술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수술받는 환자분들에게 나와 똑같은 방침을 설명드리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고가의 인공수정체를 삽입받고, 또 적응이 안되면 다른 인공수정체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 백번 동감이 됩니다. 1%의 확률이라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모두 같은 마음이지만, 그런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고 설득하여 수술을 진행하는 것은 환자, 의사 모두에게 힘든일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의 대가의 말씀은 머리를 쿵 치는 인상적인 말씀이셨습니다. 적어도 그런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그리고 많은 경험을 가진 선생님의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이야기가 다른 곳으로 새기는 했네요. ^^ 진찰을 받고 설명을 듣고 이야기를 통해 치료 방침을 정함에 있어 협력하여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좋은 의사에게 치료받는 것 만큼이나 앞에 있는 환자, 의사를 믿는 것이 치료에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