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이야기 (3): ‘비엔나에서 베토벤을 만나다’
누구나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에겐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람스, 말러, 브루크너가 활동했던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이 해외여행 다닐 때, 그럴 형편이 되지 못했던 저에겐 비엔나 여행이 언제나 소중한 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전공의 시절, 드디어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 덕분에 비엔나에서 3일을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태어나서 우리나라 밖으로 처음 나가본 여행이었고, 그 여행지가 베토벤의 숨결이 남아 있는 곳이라 아직도 그 때의 감동이 생생합니다. 비엔나에서 베토벤을 만나볼 수 있는 곳은 여러 곳이 있지만 대표적인 곳은 파스칼라티 하우스, 하일리겐슈타트, 그리고 베토벤의 묘지입니다.
1. 파스칼라티 하우스
이 곳은 당시 비엔나의 부유한 귀족이던 파스칼라티가 베토벤이 작곡할 수 있도록 제공한 집이라서 그 귀족의 이름을 따서 파스칼라티 하우스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비엔나 대학의 맞은편, 작은 언덕에 있어서 대학가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고 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가 좋은 곳입니다. 베토벤은 이 곳에서 10년 이상 거주하면서 저 유명한 5번 교향곡과 바이올린 협주곡 등 중기를 대표하는 걸작들을 남기게 됩니다. 좁은 계단을 올라가면 베토벤이 지내던 방에 베토벤의 피아노와 악보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 하일리겐슈타트
하일리겐슈타트는 비엔나의 외곽에 있는 조용한 시골마을입니다. 사실, 베토벤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곧이 관광을 목적으로 찾을 이유가 별로 없어서 오히려 조용하고 좋았습니다. 베토벤이야기(2)에서 말씀 드렸듯이 이 곳에서 베토벤은 유서를 작성하기도 했습니다. 하일리겐슈타트에 있는 베토벤하우스 역시 소박하고 작은 집입니다. 내부에는 베토벤의 머리카락과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 사본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베토벤의 머리카락은 베토벤이 사망할 당시 잘랐던 것인데 베토벤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후대의 학자들이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높은 농도의 납이 검출되어 수 많은 추측을 불러 일으켰고, ‘베토벤의 머리카락’이라는 소설도 나왔습니다. 하일리겐슈타트는 베토벤이 6번 교향곡 ‘전원’을 작곡한 배경으로도 유명합니다. 베토벤은 산책을 아주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 곳에는 베토벤이 즐겨 산책했던 길이 안내되어 있어서 실제로 베토벤이 된 기분으로 조그만 숲길을 산책할 수 있습니다.
3. 베토벤의 묘지
저 멀리 비엔나까지 가서 묘지를 방문한다는 것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저 같은 사람에겐 베토벤의 묘지 방문이 너무나 인상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비엔나는 워낙 많은 음악가들이 활동했던 곳이라 베토벤, 슈베르트, 브람스 등 음악가들의 묘지가 따로 모여 있습니다. 왠지 베토벤이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기분 좋은 설렘으로 베토벤의 묘지 앞에서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비엔나에는 베토벤이 3번 교향곡을 작곡한 에로이카 하우스, 베토벤이 잠시 머물렀던 많은 베토벤 하우스들이 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비엔나 여행은 성지순례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 또한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비엔나에 꼭 다시 가보고 싶습니다.
* 비엔나 음악여행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비엔나 칸타빌레’(유강호, 곽정란, 삼성출판사)와 ‘빈에서는 인생이 아름다워진다’(박종호, 김영사)를 읽어보시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다음 시간에는 ‘녹내장센터 황영훈의 베토벤 이야기 (4): 바가텔 Op.126’으로 찾아뵙겠습니다.
Comments List
음악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오스트리아 빈이나 짤츠부르크는 정말 천국과도 같은 곳이지요 ^^
저도 언제나 여유롭게 다시 빈에서 음악감상을 다시 할 날이 올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