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Filed under 세렌디피티 (녹내장센터)

베토벤이야기 (5): ‘베토벤의 사랑’

안녕하세요. 김안과병원 녹내장 전문의 황영훈입니다.

오늘은 베토벤의 사랑에 대해서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누군가의 사랑을 다른 사람이 추측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베토벤의 인생에서 그의 사랑을 살펴보는 것은 베토벤의 음악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들을 제공합니다. 베토벤은 평생 끊임 없이 누군가를 사랑했으나 대부분의 사랑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힘겹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에게 남긴 편지는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몰라 후대의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유발하기도 했습니다. 베토벤의 사랑이 수 많은 작품들의 모티브가 된 것은 사실이나 베토벤 개인에게 파란만장한 사랑이 행복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베토벤이 힘겨운 사랑의 시작과 끝을 반복한 이유에 대해서 서울대병원 정신과 조수철 교수님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1) 베토벤의 어머니는 상당히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으며, 베토벤에 대하여 따뜻한 사랑과 정서적인 보살핌을 베풀지 못하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좌절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베토벤이 추구하였던 것은 정상적인 여성관계가 아니라 여성을 통해 모성을 추구하려고 했던 것이다. 이것이 베토벤이 일생 동안 지속적으로 여성관계에서 실패를 거듭하게 된 가장 중요한 요인인 듯하다. 베토벤이 현실생활에서 여인들과 어느 정도 관계를 맺다가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여인상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면 스스로의 세계로 빠져들어 자신의 환상이 깨어지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즉, 여성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여성관계에서 지속적으로 실패한 가장 중요한 요인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2) 신분상의 차이. 베토벤이 사랑을 고백했던 많은 여성들은 모두 귀족출신. 베토벤은 평민 출신.

3) 여성에 대한 베토벤의 무의식적인 태도와 의식적인 태도간의 부조화. 의식세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여성과의 관계를 추구하고 원하였던 것에 반하여 무의식적으로 여성과의 영원한 결합 자체를 거부. 베토벤이 사랑했던 대부분이 이미 결혼한 상태이거나 과부였지만 아이들이 많이 현실적으로 결합이 어려운 상태거나 나이 차이가 너무 커서 현실적으로 결혼까지는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 일부 여성들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베토벤이 마음만 정하면 결혼이 가능하였던 상황에서는 오히려 베토벤이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를 거부하였던 것이다. 이것은 베토벤의 무의식 속에는 여성 자체를 거부하는 측면이 있었음을 추정하게 해 주는 태도. 결혼이라는 과정 자체가 베토벤에게는 한 인간으로서의 성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구속을 의미하게 되고 베토벤은 일생 동안 '구속으로부터 벗어난 자유로움'을 통하여 자신의 예술을 완성시키고자 하는 동기가 여성과의 관계에서 그대로 반영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조수철.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 서울대학교 출판부)

베토벤이 사랑했던 것으로 추측되는 여인들에 대해서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토벤이 1812년에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
사후에 그의 서랍에서 발견되었고 받는 사람의 이름이 없어서 수많은 추측을 낳고 있다.
베토벤과 그의 여인들에 대해서는 너무나 많은 소문들이 존재한다. 특히나 베토벤이 남긴 '불멸의 연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후세인들의 관심사가 되어 왔는데 크게 요제피네라는 설과 안토니아 브렌타노라는 설이 있다. 최근 연구자들은 브렌타노라는 의견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듯 하다. 본인 개인적으로는 크리스 슈타트랜더가 소개한 요제피네와의 연애설이 가장 그럴듯해보였으나... 진실은 오직 베토벤만이 알듯...

<여러 학자들이 추측하는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에게 쓴 편지의 주인공으로 언급되는 여인들>

 ♡ 쉰들러: 줄리에타 귀차르디
 ♡ 토마스 산 갈리: 소프라노 아말리아 제발트
 ♡ 세이어, 롤랑: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
 ♡ 크리스 슈타트랜더: 요제피네 폰 브룬스비크
 ♡ 메이너드 솔로몬: 안토니 브렌타노
 ♡ 박홍규: '그러나 우리는 그 경과를 상세히 알 필요는 없고, 차라리 베토벤의 뜻에 따라 영원히 미궁에 빠뜨리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나,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안토니아 브렌타노가 가장 유력하다는 점만을 밝혀둔다. 그녀는 베토벤이 좋아한 계몽주의적 여성의 전형이었다.' 15세 연상의 남자와 결혼하였으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못했다고 함. 1812년 프라하에서 베토벤과 브렌타노가 만났다고 함.

<베토벤과 관련된 여인들(만난 시간순으로 정리)>

1. 마리아: 첫사랑? 본시절 피아노 제자인 마리아(베스트홀트 백작 딸). 신분차이로 이루어지지 못함.
2. 엘레오노레: 피아노 제자. 1802년 베겔러와 결혼. 1826년 베겔러에게 쓴 편지 "자네 아내 로르헨(엘레오노레의 애칭)의 실루엣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다네. 젊은 날에 나를 사로잡았던 모든 것이 여전히 나에게 가장 소중하다네."
3. 여가수 막달레나 빌만. 청혼하였으나 거절당함.
4. 요제피네 폰 브룬스비크
5. 줄리에타 귀차르디
6.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
7. 에어되디 백작부인
8. 베티나 폰 브렌타노
9. 안토니 폰 브렌타노
10. 테레제 말파티
11. 에르트만 남작부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줄리에타 귀차르디(1784-1856): 1801년 궁정의원 귀차르디 일가가 브룬스비크가에 합류함. 16세 줄리에타 귀차르디가 베토벤에게 수업 받기 원함. 베토벤이 줄리에타를 좋아함. 14번 피아노 소나타 헌정. 후에 다른 공작과 결혼. 베토벤은 공작에게 생활비 보조함. 상아로 만든 줄리에타의 상을 일생 동안 자신의 책상 위에 두었다. 1823 "그녀는 자신의 남편보다 나를 훨씬 사랑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1775-1861): 자신의 초상화에 "드문 천재, 위대한 예술가, 선한 인간"이라는 글귀를 새겨서 베토벤에게 전함. 베토벤은 일생동안 이 초상화를 간직함. 1806-1807년경 베토벤과 사랑? 왜 사이가 멀어졌는지 잘 모름. 테레제는 평생 독신으로 지냈으며 보육원을 세워 봉사활동 하다가 생을 마감함.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요제피네 폰 브룬스비크(1779-1821): 크리스 슈타트랜더에 의하면 요제피네가 베토벤의 불멸의 연인이라고 함. 그의 견해에 의하면 요제피나와 베토벤은 1799년 빈에서 처음 만났다고 함. 그러나 요제피네는 어머니에 의해서 26세 연상의 다임 백작과 결혼하게 되고 결혼생활은 행복하지 못했고 베토벤은 계속 요제피네 근처에 머물면서 음악 수업을 했다고 함. 베토벤이 일시적으로 줄리에타에게 끌렸다 줄리에타가 결혼하자 다시 요제피네에게 되돌아갔다는 이야기도 있음. 요제피네가 25세 나이로 네 번째 아기를 가졌을때 요제피네의 남편이 폐결핵으로 사망. 요제피네 남편 사망 이후 베토벤이 요제피네에게 본격적으로 구애했으나 요제피네 생각에 아이들에게 베토벤이 좋은 아빠가 될 것 같지 않아 거절했다 함. 요제피네는 1808년 크리스토프 아담 폰 슈타켈베르크와 두 번째 결혼을 했으나 역시 행복하지 못함. 그 사이 아이를 둘 더 낳음. 여섯아이의 엄마로 다시 솔로가 된 요제피나. 1812년 7월 3일과 4일에 프라하에서 베토벤과 요제피나가 만남. 이틀간 함께 지낸후 베토벤은 테플리츠로, 요제피네는 아이들이 있는 빈으로 돌아감. 이후 요제피네는 막내 딸(미노나)을 낳게 됨. 미노나는 두 사람(요제피네-베토벤)의 사랑의 증거라 함. 1813년 4월 9일 미노나 출생. 요제피네는 1821년 42세로 사망함. 이상의 러브 스토리는 크리스 슈바트랜더의 의견. 1846 테레제가 쓴 일기: "왜 요제피네가 첫 남편과 사별한 후 베토벤을 남편으로 맞이하지 않았을까? 스카켈베르크보다는 베토벤과 결혼하는 것이 훨씬 더 행복하였을 텐데..."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마리아 폰 에어되디(1779-1837): 높은 음악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세 아이의 엄마로 신체장애를 가지고 있었다고 알려짐. 베토벤이 "내 영혼의 고해신부"라 부름. 베토벤이 그녀에게 보낸 편지 "무한한 정신을 가진 우리들 유한한 존재는 고통과 기쁨 속에서 태어났으며,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소. 탁월한 이들은 고통을 통해서 기쁨을 얻는 존재라고..." 베토벤이 만난 여인들 중에서 가장 수수께끼 같은 여인. 베토벤과 관련된 편지나 일기같은 자료가 적음. (김주영씨에 의하면 이 초상화는 안토니 브렌타노이며 오랫동안 에어되디 백작부인의 것으로 잘못 알려졌다고 함. 다른 책들에는 여전히 이 초상화의 주인공을 에어되디 부인으로 소개하고 있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베티나 폰 브렌타노(1785-1859): 작가. 1810년 괴테에게 편지로 베토벤 소개. 1812년 테플리체에서 베토벤이 괴테를 만나도록 주선함. '항상 남자들이 자신을 위하여 무엇인가 해 주기를 바라며 남성을 성적으로 유인하여 애를 태우게 하는 습관이 있던 여인'(by 조수철)이었다고 함. 베토벤 사망후 베토벤으로부터 편지를 세 통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그 중 두 통은 가짜로 밝혀짐. 아마도 일시적으로 매력을 느낀 여인 이상은 아니었던 듯.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토니 브렌타노(1780-1869)와 그녀의 아이들: 베토벤이 '디아벨리 변주곡'을 헌정함. 연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와 관계 있음. 유력한 '불멸의 연인' 후보 중 한 사람. 이미 결혼하였고 네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베토벤에게 청혼하였음. 안토니의 남편 프란츠는 베토벤의 친한 친구였음. 1812년 브렌타노 가족과이 떠난후 1817년 29번 피아노 소나타까지 dry period로 지냄. 이별 후 "복종! 운명에 대한 철저한 복종만이 신에 대한 봉사로 이끌 수 있다. 너는 너 자신만을 위한 인간이 되어서는 안되며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아야 한다. 오! 신이시여! 나 자신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는 힘을 주십시오. 또한 나를 구속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A(안토니아)와의 모든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브렌타노 가족과의 이별 후 제3기로 접어들게됨. (위의 그림 속 주인공은 마리아 폰 에어되디라고 알려져 오기도 했음.)

 테레제 말파티(1792-1851): 빈의학협회를 창립한 의사 요한 말파티의 조카. 테레제 말파티와 동생 안나 말파티는 당시 빈에서 가장 아름다운 자매로 알려짐. 베토벤이 18세의 테레제에게 청혼했으나 거절당함.

 에르트만 남작부인(1781-1849): 베토벤에게 피아노 배움. 빈에서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됨. 피아노 소나타 28번 헌정. "우리는 그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반드시 기억해야 하며 모든 것을 용서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로 나는 베토벤과 순수한 우정을 유지하였다."


이렇게 베토벤의 사랑에 대해서 많은 ‘설’들이 있지만 결국 추측에 지나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시는 ‘불멸의 연인’은 누구인가요…

다음 시간에는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Writer profile
녹내장과 베토벤을 사랑하는 안과의사
2012/10/19 14:47 2012/10/19 14:47

안녕하세요.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황영훈입니다. 제가 너무나 사랑하는 '베토벤의 삶과 음악'에 대해서 여러분과 이야기 나누고자 합니다. 그 첫번째 순서로 오늘의 주제는 '베토벤의 음악인생'입니다. 살다 보면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절망의 순간들이 찾아오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대하는 사람들의 선택은 다양합니다. 끊임 없는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인생... 복잡해 보이는 선택들도 결국 요약하자면 두 가지 경우입니다. 맞서거나 피하거나... ...

베토벤의 3번 교향곡 베토벤의 3번 교향곡은 ‘초기-중기-후기’로 이루어진 베토벤 음악의 3단계 중에서 '투쟁과 승리'의 모티브로 요약되는 중기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곡이자 그를 절망에 빠트린 가혹한 운명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은 곡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곡은 1악장 시작부터 상당히 전투적이고 강인한 면모를 보여줍니다. 첫 마디부터 등장하는 강력한 서주는 당시 모차르트, 하이든 풍의 조용한 서주에서 탈피한 베토벤만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이정표와 같...

녹내장센터 황영훈의 베토벤이야기 (3): ‘비엔나에서 베토벤을 만나다’ 누구나 꼭 가보고 싶은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에겐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람스, 말러, 브루크너가 활동했던 오스트리아 비엔나가 그런 곳이었습니다. 학창시절부터 친구들이 해외여행 다닐 때, 그럴 형편이 되지 못했던 저에겐 비엔나 여행이 언제나 소중한 꿈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전공의 시절, 드디어 유럽에서 열리는 학회 덕분에 비엔나에서 3일을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태어나...

녹내장센터 황영훈의 베토벤이야기 (4): ‘바가텔 Op. 126’ 이번 시간엔 베토벤의 잘 알려지지 않은 곡 중의 하나인 6개의 바가텔, 작품번호 126번에 대해서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언젠가 제가 썼던 감상문을 소개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다소 감상적이고 주관적인 글이지만 너그럽게 양해 부탁드립니다... <숨겨진 매력의 발견...> '여태껏 이 곡을 왜 그냥 지나쳤을까...' 몇 해 전 4월의 어느 따스한 봄날, 우연히 알프레드 브렌...

Powered by Textcube 1.10.8 : : Tempo primo
Persona skin designed by inureyes, bada edited by LonnieNa, ba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