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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내장 이야기 (2): ‘두려움 이겨내기(2)’

안녕하십니까.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황영훈입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두려움 이겨내기(2)’에대해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힙니다. 따라서 한국녹내장학회나 김안과병원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두려움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두려움의 대상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는 것입니다. 녹내장 환자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알아두면 좋은 네 가지 항목들에 대해서 지난 시간에 이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3. 시야: ‘초기, 중기, 말기 중 어디인지’
녹내장은 시신경이 점차 약해지면서 보는 범위가 조금씩 줄어드는 병입니다. 따라서 보는 범위(시야)가 어느 정도 남아 있는가에 따라서 생활의 불편함 정도가 많이 달라집니다. 만약, 주변부 시야의 일부분에만 이상이 있다면 일상 생활에서는 전혀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고, 중심부 시야에 큰 이상이 있다면 생활에 지장이 많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본인의 시야 상태가 어떤지 알고 있어야 녹내장 상태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시야검사 결과는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전반적인 시야감도의 정도에 따라서 초기, 중기, 말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본인의 시야이상이 그 중 어느 단계인지는 알고 계시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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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초기 녹내장, 말기 녹내장 환자의 시신경유두사진과 시야검사 결과. 초기 녹내장에서는 주변부 일부에만 시야손상이 있습니다(빨간 화살표 부위). 때문에 일상 생활에 큰 지장이 없습니다. 이 환자의 경우, 오른쪽 구석에 있는 갈매기가 흐리게 보이겠지만(빨간 화살표) 굳이 신경 쓰지 않는다면 잘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말기 녹내장이 되면 중심 일부분의 하얀 부분을 빼고 나머지는 다 검게 보이지 않게 됩니다. 녹내장으로 한 번 검게 변한 부분은 다시 밝게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4. 진행유무: ‘진행 없이 안정적인지, 진행 중인지’
사실 이것은 환자가 직접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그저 담당의사의 판단에 맡기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알고는 있어야 합니다. 본인의 녹내장 상태가 진행 없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지, 진행하고 있는지. 만약 진행하고 있다면 앞으로 치료는 어떻게 할 것인지.



녹내장, 별 것 있을까요? 복잡하게 생각하면 끝도 없고, 언제나 이 네 가지만 명심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내 녹내장은 순한 녹내장이고, 어떤 약물 치료로 안압은 10대 중반으로 유지되고 있고, 시야는 초기이고, 몇 년째 진행 없이 안정적이다’라고 생각하면 충분합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도 있습니다. ‘독한 녹내장이고, 안압은 안약을 최대한 쓰고도 20대 후반이고, 시야는 이미 말기이고, 계속 진행 중인 경우’입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본인의 상태를 직시하고 빨리 받아들여야 합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가장 불행한 것은 그저 막연하게 두려워하고 피하려는 마음입니다. 혹시나 녹내장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녹내장의 모든 것(고려대학교 출판부)’과 같은 녹내장 관련 책을 읽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말기

간혹 환자들끼리 서로 ‘치료가 잘 되었다, 잘 못 되었다’는 식의 상담을 하기도 하는데 그런 상담은 환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이나 책에서 본 내용이 다른 환자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겐 스테로이드 안약을 쓰면 안압이 오를 수 있지만 또 다른 사람에겐 스테로이드를 써야 안압이 조절됩니다. 환자들끼리의 상담은 그런 환자에게 ‘녹내장이 있는데 왜 스테로이드를 쓰고 있느냐? 담당 의사가 잘 못 치료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잘못된 정보를 줘서 오히려 환자를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녹내장 치료를 잘 받아오던 40대 환자가 어느 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찾아왔습니다. ‘선생님, 제 안압이 19 mmHg라고 하셨는데 그 정도면 높은 것 아닌가요? 다른 환자에게 이야기 했더니 지금 치료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선생님께 말씀 드려서 약을 하나 더 추가하라고 하던데요’라고 하십니다. 직접 환자의 상태를 보지 않고 치료가 적절한지 아닌지 어떻게 판단 했을까요? 사실, 이 환자의 경우, 안약 하나로 안압이 10대 후반 정도로 유지되고 있었고, 몇 년간 녹내장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치료 효과가 충분하지 않다’는 말을 듣는 순간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환자는 여러 병원을 방황하다가 우여곡절 끝에 원래대로 치료를 계속 하기로 했습니다. 의사건 환자건 다른 사람의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땐 신중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환자들끼리 하는 ‘치료가 충분하지 않다’, ‘수술이 잘 못 된 것 같다’는 말 한 마디가 다른 환자에게는 엄청난 혼란과 불행을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녹내장의 진행은 일부 진행이 아주 빠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녹내장 전문의도 판단하기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2~3번의 검사 결과만으로 알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지금의 안압 조절 상태가 적절한지 아닌지는 적어도 2~3년 이상 충분한 진료와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 몇 년간 변화 없더라도 나중에 어느 시점에 갑자기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치료의 효과나 적절성에 대해서는 환자 스스로의 생각에 사로잡히거나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마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인터넷이나 주위 환자들에게 듣는 정보 중에는 근거가 부족하거나 없는 것들도 많다는 점 꼭 명심하셔서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마시기를 부탁 드립니다. 결국, 환자의 상태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은 그 환자를 직접 만나고, 눈을 직접 들여다 보고, 직접 수술한 담당의사입니다.

이래저래 말이 길어졌습니다. 사실 녹내장 환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막연한 두려움과 잘못된 정보로 인한 혼란인 것 같습니다. 제 생각이 다 옳지는 않겠지만 아무쪼록 녹내장 환자들의 두려움과 혼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음 시간엔 녹내장 이야기 (3): ‘집착에서 벗어나기(1)’로 찾아뵙겠습니다.


Writer profile
녹내장과 베토벤을 사랑하는 안과의사
2013/12/19 13:05 2013/12/19 13:05

녹내장 전문의가 환자에게 보내는 편지 (1): ‘두려움 이겨내기(1)’ 안녕하십니까. 김안과병원 녹내장 전문의 황영훈입니다. 그간 녹내장 환자들을 만나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습니다. 녹내장 전문의 입장에서 환자에게 드리고 싶었던 말씀, 이번 기회에 편지의 형식을 빌어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글은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견해임을 미리 밝힙니다. 따라서 한국녹내장학회나 김안과병원의 공식적인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무서운 녹내장행복하게, 건강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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