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김의 황반변성 이야기 33 – 황반변성 주사,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녕하세요? 망막전문의 김재휘입니다.
황반변성으로 장기간 치료를 받으시는 분들에게서 재발이 의심되는 경우 추가 주사를 해야 할 지 그냥 지켜보아야 할지 고민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추가 주사를 고민하게 만든 환자 한 분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주사를 11번 맞은 분이었기에 보험 주사는 3회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사시는 곳은 서울에서 3시간 정도 걸리는 곳이며, 보호자 분이 항상 모시고 오는 70대 환자분이었는데,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사시는 분들로 경제적으로 많이 넉넉하지는 않은 형편이셨습니다.
환자는 눈CT 사진을 보니 아주 약간 재발의 기미가 있습니다. 환자도 약간 보이는 것이 흐려졌다 합니다. 그런데 장기적으로 오래 치료를 받아 왔던 분이라 신경이 이미 상당 부분 변성되어 있어 이게 정말 확실히 재발한 것인지 아니면 신경이 변성되면서 재발한 것처럼 보이는 것인지 눈CT 사진만으로는 정확하게 판별하기 어려웠습니다.
혈관촬영을 해 보는 것도 재발을 조금 더 확실히 확인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런데 환자의 병력을 보니 이전에 혈관촬영 후 온 몸에 두드러기가 나타나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재발 여부를 조금 더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혈관촬영을 다시 진행하는 것은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고민이 시작됩니다.
보험 주사는 3번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재발은 의심은 되지만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환자는 멀리 살기 때문에 병원을 자주 방문하는 것이 부담이 됩니다.
당장 주사 치료를 진행한다면 혹시 모를 시력 손상을 예방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마음이 편할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가격이 100만원 가까이 하는 (물론 보험이 되어 환자가 내는 금액은 훨씬 적습니다) 소중한 1회의 주사를 큰 의미 없이 허비해 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만약 반대쪽 눈이 실명 상태로 황반변성으로 치료받는 눈으로만 보고 살아야 한다면 애매한 상황이지만 주사를 진행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 환자는 반대쪽 눈이 시력 0.8로 건강한 상태였습니다.
한참을 고민하다 당장 주사하지 않고 몇 주 지켜보기로 하였습니다.
환자와 보호자에게 현재 상태를 잘 설명한 후 좀 힘들더라도 3주 후에 병원을 다시 방문하여 재평가 하기로 하였습니다. 물론 중간에라도 보이는 것이 더 나빠지면 바로 오시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3주 후 다시 검사를 진행하였고, 시력과 검사 결과에는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아마 재발한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진료를 보다 보면 이와 같이 추가 주사 진행을 고민해야 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하게 됩니다.
가능한… 제가 선택한 치료 방침이 환자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법이었기를 항상 바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