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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Heal the World (망막센터)
의사도 환자가 될 수 있다. #2

진료를 보다가 보면 정말 오랜만에 병원에 오시는 환자분들이 있습니다. 이전에도 큰 문제가 없었던 환자분들은 오랜만에 봐도 특별한 소견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등 나쁜 질환을 가지고 계셨던 분들은 악화가 되어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왜 이제야 오셨어요?”라고 여쭈어 보면 “크게 불편이 없었다, 사는 게 바빴다, 치료받기 무서웠다” 등 다양한 답변들을 하십니다. 그러나,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많이 악화된 상태로 내원하게 되면 그만큼 치료의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에 안타까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환자가 되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최근 이빨이 나빠져 치료를 받고 있는데 처음에 마취주사도 아프고 치료받는 것도 너무 아파서 다시는 받기 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첫 치료가 끝나고 한 달 뒤 경과관찰 받으러 갔는데 치료에도 불구하고 조금씩 나빠지고 있어서 추가 치료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 말에 제 첫마디가 “아프지도 않은데 꼭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아직 많이 나쁘지 않으면 좀 있다가 하면 안될까요?”였습니다.

의사인 저 역시도 환자가 되면 다른 환자분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되나 봅니다. 아직 아프지도 않고 불편도 없는데 꼭 치료를 해야 하냐는 제 질문에 치과 선생님은 단호하게 더 나빠지기 전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치과 선생님의 그 모습과 제가 환자분들께 말하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의사의 입장과 환자의 입장을 동시에 되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환자가 나빠지기를 원하는 의사는 없습니다. 환자분들도 별 증상이 없다고 의사의 의견을 무시하지 마시고, 의사의 의견을 잘 따라주어야 하며, 의사 역시도 환자의 상태를 호전시키기 위해 열심히 치료를 함과 동시에 환자분들의 상황과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입니다.
2018/12/06 15:12 2018/12/06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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