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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반짝반짝 빛나는 (각막센터)

둘째날이 밝았습니다. 아침 일찍일어나 학회장으로 향했습니다. 숙소에서 도보로 20분 정도 거리에 떨어져있는 Parc de Versailles 학회장이었습니다.

Parc de Versailles 학회장은 상당히 큰 규모였습니다. 안과관련 학회이외에도 다른 상업기관과 미용관련 학회 및 전시회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작년 오스트리아 ECSRS보다 큰 규모로 진행되어 보였습니다.
학회장에 도착하여 명찰을 발급받고 관심있는 세션에 들어가기 전에 전시장을 방문하였습니다. 작년에도 관심이 많았던 heidelberg사의 전안부 OCT가 작년보다 더 크게 전시되고 있었습니다. 올해에는 직접 촬영을 해보고 제 눈을 찍어서 크게 조합해볼수 있었습니다. 안구가 다른 장기랑은 다르게 조직학적으로 보기 어려운 장기지만, 본 OCT와 기본에 망막부 OCT의 조합으로 마치 안구 전체를 병리조직으로 본 것처럼 촬영해볼 수 있었습니다. 점심때는 관련 심포지움도 있어 참석했고, 여러 질환과 기존에 장비들 대비 우수한 면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추후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면 꼭 김안과병원에서 운용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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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서 나온 이후에는 난시 관련 심포지움을 하는 방에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Noel Alpins라는 굴절교정수술, 백내장 수술에서 난시계산으로 대가인 분이 직접 강의해주는 시간이었는데 vector-planning analysis라는 난시 계산법을 이용한 방법으로 라식 라섹수술시나 백내장 난시교정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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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제 poster발표가 있었습니다. 올해 포스터는 크게 3종류로 진행되었으며,moderated poster, presented poster, E-poster로 분류되었는데 저는 presented poster로 약 6분간 빠른 속도로 파워포인트를 보며 청중들에게 발표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포스터 세션인지라 따로 방에서 진행되지는 않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가운데 포스터빌리지가 꾸며져 있고, 그 안에서 대형 모니터를 보면서 빠르게 발표를 진행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올해는 작은 눈에서 백내장 수술시 다양한 인공수정체 도수계산법의 정확도와 관련된 발표를 하였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여러 안과의사들이 서로의 연구와 의학적 지식에 대해 서로 나누고 토론하는 좋은 시간이었으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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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학회장에 간 사이 아내는 아이들을 데리고 근처 방브 벼룩시장에 다녀왔더군요. 파리에서 잘 알려진 벼룩시장 두 군데 중 한군데인데 주말에만 열리는 곳이라 마침 시간이 딱 맞았습니다. 노란 유모차에 3살 딸을 태우고 7살 아들을 걸려 구글 맵을 보며 벼룩시장 한바퀴 돌고 온 아내는 오래된 냄비받침을 하나 사와서 흐뭇해하더군요.

외출을 마치고 돌아와 아이들과 함께 실컷 낮잠을 자며 에너지를 충전했습니다. 파리에 가기 몇 달 전에 에펠탑 꼭대기에 올라가는 입장권을 미리 구매해 두었기 때문이죠. 저녁 무렵에 트로카데로에 있는 비스트로에서 저녁을 먹고, 사요궁에 가서 전형적인 “에펠탑 보러왔다” 사진 찍은 후 어둑어둑 해 지는 언덕길을 걸어 에펠탑 승강기 입구로 향했습니다.

서울에서 잠실 롯데타워 전망대에 올라간 본 적이 있어서, 저희는 꼭 그 때처럼 예매한 티켓만 있으면 단숨에 정상까지 오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죠. 일찌감치 한국에서 출력한 티켓을 손에 꼭 쥐고 유모차를 밀고 시간을 빠듯하게 맞춰 헉헉거리면서 입구에 다다랐습니다.

‘이제 다 되었다’라고 생각한 순간 검문검색대가 나타났습니다. 워낙 유명한 랜드마크인만큼 테러 방지를 위해 필수 코스인 것 같았습니다. 유모차 가득한 아이와 짐을 빼내고 유모차를 접고 가볍게(?) 통과했는데 또 기나긴 줄이 나타납니다.

에펠탑을 오르는 티켓은 3종류가 있습니다. 전망대 레스토랑행 승강기는 따로 있고 에펠탑 중간까지 올라가는 승강기를 타고 올라간 후 다시 줄을 서서 한참을 기다린 다음에 꼭대기까지 가는 승강기로 갈아타야합니다. 말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승강기를 기다리는 공간은 사람 대비 매우 비좁고, 승강기도 마치 우리나라 출퇴근시간 신도림역 같은 분위기로 빡빡하게 끼어서 타야합니다. 그리고 에펠탑에 오르는 게 신나면서도 힘든 건 한국 사람뿐이 아닙니다. 저희가 줄을 서 있던 곳 근처에는 이탈리아에서 온 대규모 가족 관광객과 미국이나 캐나다로 추정되는 젊은이들의 그룹이 함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신이 나서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합니다. 저희는 시차 적응도 채 안 된 미취학 아동을 둘을 데리고 왔으니 언제 올라가냐며 찡찡이기 시작합니다.

무슨 호강을 하겠다고 에펠탑을 올라간다고 이 난리냐며, 그냥 밖에서 보고말껄 후회를 하기 시작할 때쯤, 승강기 창 밖으로, 그리고 전망대에서 거짓말 같은 야경이 나타났습니다. 에펠탑을 제외하고는 높은 건물이 거의 없다시피한 풍경 속에 자줏빛 도는 핑크색과 짙푸른 하늘빛이 어우러지는 하늘이 보입니다. 어린 아이들도 나름의 심미안을 갖추고 있는지 갑자기 조용해지며 넋을 놓았습니다. 'Breathtaking'이란 표현이 이런 순간을 위해 있나보다 생각했습니다. 여행이 끝난 지 몇 달 후까지도 저희집 3살 꼬맹이가 이따금씩 “우리, 에펠탑 올라가떠찌?”라고 말하곤 하는 걸 보니, 애나 어른이나 감동의 포인트가 비슷한가봅니다.

뭐, 올라갈 때 걸린 시간만큼 내려올 때도 똑같이 승강기를 갈아타고 긴 줄을 서서 힘겹게 내려왔더니 무려 자정이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에펠탑 밑엔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가득하고 회전목마도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었구요. 낮잠 잘 재우고 나온 덕인지, 아직도 에너지 발산 중인 꼬맹이 둘이 새우깡같은 손가락으로 말을 가리키며 눈을 반짝여서 결국 타고야 말았습니다. 아이스크림까지 하나씩 깨물어 먹고 숙소로 가는 택시를 타고 뒤를 돌아보았는데 밤 12시 정각에 특별히 반짝반짝하는 에펠탑이 보였습니다. 엄청나게 빡셌던 파리 이틀차가 이렇게 마무리 되었네요.     

 

2020/02/14 10:04 2020/02/1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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