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집안에 있는데 웬 무의촌이냐구요?? 온갖 역경을 뚫고(?) 살아남아 무의촌의 한을 풀기 위해 무의촌 봉사를 같이 다니는 두아들 ^^
ㅎㅎ 하지만 저의 의사들끼리는 의사가 집안에 있는 집을 가르켜 흔히 '무의촌'이라고 부른답니다. 특히 저와 같이 안과같은 무식한(?)의사가 집안에 있는 경우는 더더욱 무의촌이 된답니다.
흔히 식구들 혹은 친구들이 제가 의사라고 여러가지를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요즘 머리가 자꾸 아픈데 괜찮은 거냐? 혹시 눈 때문에 그런거 아니냐?" 이런 질문을 받는 경우, 병원에서 환자가 똑 같이 물어보면, 시력이 나쁘면, 특히 난시나 원시가 있으면 그럴 수도 있고, 녹내장 혹은 기타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그럴 수 있으므로 검사를 해보자" 라고 말씀드리지만, 친한 사람이 물어보면 대충 "뭐 그럴 수도 있지, 며칠 참아보고 심하면 그 때 병원 한번 가봐라" 이렇게 얘기를 하죠...
이정도는 의사가 아니어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할 수 있는 얘기지요? ㅎㅎ
이런 대화가 오랜 기간 이어지다 보면, 식구들과 친구들이 아프면 차라리 병원에 가고 말지 "제 한테 물어봐야 소용 없어... 맨날 그냥 참으라고 해" 라는 인식이 퍼지게 된답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의사집안의 아이들은 대부분 병에 걸려도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예를 들어, 맹장염이 걸렸을 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곪다 곪다 터져서 복막염으로 결국은 큰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거지요..
사실 의사인 제 마누하님께서도 아버지가 안과의사인 죄(?)로 맹장을 키워 복막염으로 수술을 받았고, 더욱더 가관인 것은 안과의사인 아빠와 엄마를 둔 우리 큰 아들은 죄(?)가 2배인 관계로 역시 맹장이 터져서 복막염으로 그것도 캐나다에서 수술을 받고 보름을 격리병동에서 입원하고 있었답니다.
(아들아 미안하다... 그 때 일찍 병원에 데려가려 했지만, 타이레놀 먹고 열 떨어지고, 수영장에 가서 잘 놀고 있는 널 보면서 괜찬겠지 하면서 병원에 늦게 데리구 갔단다... 무식한 애비, 애미를 용서해 다오 --;)
또한 의사를 자식으로 둔 대부분의 부모님은 본인이 아프셔도 의사인 자식에게는 연락을 안하고 조용히 병원에 가시는 경우도 많답니다.
의과대학부터 바쁘게 살고 있는 의사자식들을 보고, 바쁜데 괜히 내가 연락할 필요 있나 하시면서 혼자서 병원을 가시는 것이지요. (아~~~ 부모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를 어찌 갚으리~~)
저희 어머님은 눈이 아프시면 동네 안과를 가십니다. 동양최대의 안과병원에 근무하는 아들과 며느리가 있는데도, “바쁜데 나까지 가면 괜히 신경쓰이니까, 그냥 동네가면 된다” 라고 하시면서 말이죠.
또 이런 말도 하시더군요, 어머님께서 친구들 만나시면, “넌 참 좋겠다, 아들 며느리가 다 의사라 아파도 걱정이 없잔니?”, 하시면 “그럼, 든든하지” 하고 대답을 하신 답니다. 바빠서 얼굴도 못보고, 아프다고 하면 참으라고 하고, 동네 병원 가게 하는 그런 아들인데 말이죠…
어머님 죄송해요... 어머님 눈 밑에 사마귀 곧 빼드릴께요....--; 캄보디아가 아니고, 우리집으로 의료봉사를 가야하는 건 아닌 지... ^^
그럼 정작 본인들, 의사들은 어떨까요? 의사는 아프면 치료걱정은 전혀 없을 것 같죠?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랍니다.
사실 매일 매일 아픈사람들은 보다보면, 자신의 아픔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의사 중에는 치료시기를 놓쳐 심각한 상태에 이르른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제는 저희 병원에 근무하시는
어제 낮부터 배가 아팠지만, 외래와 수술환자들은 보느라 병원에 가지를 못하고, 결국은 진료를 모두 끝마치고 응급실로 가셔서 급성맹장염으로 진단받고,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오밤중에 말이죠…
그날 저녁에 응급실로 가면서
결국은 급한 환자는 설명을 하고 다른 선생님께서 수술을 하고, 연기를 원하시는 분은 수술을 연기하였죠.
하루 하루를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 살다보면 병에 걸릴 확률은 높아지게 마련입니다. 더더욱 매일 매일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은 웬만한 병으로는 쉬지를 못합니다. 심한 감기 몸살로 병원을 쉬고 싶어도 환자들과의 약속 때문에 병든 몸으로 환자를 보는 경우는 다반사이고, 입원을 할 정도가 아니면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쉴 수가 없지요.
항상 예방이 최우선이다, 조기 검진을 통해 조기발견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라고 말을 하는 의사들이지만, 일년에 한번 하는 전직원 신체검사에 가장 많이 빼먹는 사람이 의사이구요, 또 웬만큼 아픈 것은 그냥 참고 견디는 습관이 젖어 있는 사람들이 의사랍니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자신에게 참 부끄럽네요, 저 또한 그리 건강검진을 잘 챙겨 받는 스타일이 아니라… ㅎㅎㅎ
의사여러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일단 내몸이 편해야 남에게도 친절할 수 있으므로, 스스로의 건강은 스스로 지킵시다…
마지막으로
Comments List
너무 공감가는 글입니다. ^_^ 사실 제 남편도 의사;;인데,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어느날 새벽, 제가 너무 아파서 "나, 아퍼.." 했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어서 가서 잠이나 자.." 였습니다. 언젠가는 애들이 새벽에 열이 너무 나길래, "애들 열이 많이 나네.." 했더니, 이번에는 "그래서 나보고 어쩌라구?!" 라고 하더군요.
하루 종일 병원에서 치이고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서 단잠을 자고 있었기 때문에(항상 하숙생버전입니다 ㅡ,.ㅡ), 정작 본인은 그렇게 대답을 했는지 조차 기억을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언제 그랬냐고 오리발이죠.
ㅜ_ㅜ 그럴 땐 참 서글픕니다. 나와 애들은 뭔가.. 하는 생각이 들구요. 그렇다고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환자와 병원 이전에 본인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그리고 가족의 안녕과 행복을 챙겨야 하는 것이 가장이 해야할 일임을 항상 마음에 담고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 저와 같은 평범한 가정주부의 바램입니다.
ㅎㅎ
정말 그렇지요??
그래도 나으신 겁니다... 저는 하숙생도 아니고 자취생 수준입니다.
매일 밤 늦게 들어가서 새벽에 기어나오는....
남편분에게도 이글 함 보시게 해주시구요..
같이 반성하겠습니다... ^^;
^^ 잘 모르리라 믿어요.
ㅎㅎ
전 그래서 마누하님께 항상 이렇게 말 한답니다.
"집안의 가장은 당신이라고..."
전 자취생이니까 자취비만 내겠다고... ^^
좋은 글 보고 갑니다. 추천.....
감사합니다...
에휴~~~~~;;;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저도 반성해야겠습니다.
좋은글 감사드리구요, 몸에 좋은거 많이 드세요~
ㅎㅎ 감사합니다. 훈이대사님~~~
님도 항상 건강하세요...
원장님, 원장님 건강은 혼자 몸이 아니라 김안과 운명?을 어깨에 진 건강이니 꼭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