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어? 안해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
언제나 엉뚱한 행동으로 끝나 버리기는 하지만 해보지 않았으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 적어도 안된다는 말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료실에서 진료를 하다 보면 늘 아쉬움을 남깁니다. 환자 분들에게 좀 더 많은 설명으로 이해를 돕도록 해야 하는 데 적당한 선에서 서로 간의 궁금증에 대한 미련을 남기며 제 의견을 따르도록 하는 데에 치중하게 되는 저를 발견하기 때문이지요.
때론 저도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그 책임을 환자 분들에게 넘겨 버리기도 합니다. 물론 이 와중에도 저의 의도가 담겨져 있지요. 의학 지식이라는 것이 한 쪽에 일방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환자분들 보다는 의사의 의도에 따라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요즘은 환자의 의사와의 관계를 동등한 관계로 하고자 하는 많은 노력 들이 있습니다. 그래서 수술을 설명할 때에도 일방적으로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이런 장점이 있으며, 이런 단점이 있고 따라서 수술을 하는 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과 그로 인해 버려야 하는 것을 환자들도 의사와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
하지만, 같은 상황을 기록한 역사서들도 사관이 존재하 듯 이런 설명 역시 설명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서 수술을 하는 방향으로 아니면 하지 않는 방향으로 환자 분들을 유도할 가능성은 다양하게 존재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설명이 훨씬 쉽다는 것을 드물지 않게 경험합니다. 다만, 인터넷을 통해 검색하고 오신 경우 환자 본인과는 실제로 다른 정보나 상황을 찾아보고 쉽게 동의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 아쉬움이 생기기도 하고, 여기 저기 병원을 다니시다 오신 분들의 경우 쉽게 자신의 상황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치료에 임하시는 것도 보게 됩니다.
그럼, 저는 얼마나 열심히 이런 노력을 기울였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죠.
나름 노력을 하려고 하지만 별로 좋은 의사는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제 진료 시간의 일부를 짬 내어서 이런 노력을 해볼려고 합니다.
보통 진료시간이 5분을 넘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충분히 이런 시간을 내기 어려워서, 일주일에 5-8명 정도 분들을 긴 시간을 면담해 볼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보통 30분 정도의 진찰 시간을 가지고 있다는 데 그에는 턱 없이 부족한 시간이겠지만, 제가 가진 시간을 나누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물론 처음부터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한번 해보고, 안 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말아 하고 이야기 해보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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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List
앗.. 우리 한정일 선생님이 나보다 더 좋은의사가 될 것 같아... ㅎㅎ
이건 그런데 절때루 막을 일이 아니네.. ㅋㅋ
좋은 의사 우리 같이 되봅~시다~
아, 근데 아직 그리 잘해보지는 못해서 걱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