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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김의 황반변성 이야기 21 –황반변성 신약 개발 (2)

안녕하세요? 망막전문의 김재휘입니다.

황반변성 신약 개발 2편에서는 1편에 나온 이야기에 대해 간단하게 부연 설명을 하고자 합니다.

1편에서 나온 약제의 경우 결국 비극(?)적으로 결말을 맺게 되었습니다.
사실 실제로 황반변성 치료 약제 중 이러한 약제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제가 가상의 약제를 하나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1편해서 소개한 약제 개발의 과정 역시 사람들이 알기 쉽게 도식화 한 것으로 모든 약제가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것은 아닙니다. 중간 중간에 과정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개발하기도 합니다. 한 제약회사가 B,C,D,E 약제를 동시에 개발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서로 다른 회사들이 서로 다른 약제들을 개발하지요.

어쨌든, 한 가지 약제가 개발되고, 사람에게 널리 쓰이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동안 많은 투자를 진행하여 다양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다시 말해 돈이 많이 든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수백억을 들였는데, 소위 꽝(!)이 나오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즉, 실패의 위험도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제약 회사에서는 새로 개발된 약제에 투자된 비용, 약제의 효과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비용을 책정하게 됩니다. 너무 비싸도 잘 팔리지 않을 것이고, 너무 싸도 회사에 별 이익이 되지 않으니까요…

약 10년 전 등장한 루센티스 약제는 눈 속에 주사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황반변성 치료의 새 장을 열었습니다. 이전 같았으면 실명했을 환자들도 주사만 잘 맞으면 시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림은 루센티스 약제와 루센티스를 개발한 노바티스 회사의 국내 홈페이지입니다.)

물론 약제의 가격은 매우 비싸게 책정되었습니다. 저도 정확히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처음에는 한 번 주사에 약 200만원 정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약을 개발하기 위해 투자된 시간과 비용, 손실 등을 고려하였을 때, 제약회사에서 적절하게 책정한 가격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황반변성 때문에 환자들이 시력을 잃었을 때의 사회적 손실이 비싼 치료비에 비해 훨씬 더 컸기 때문에 이 정도의 가격이 용인된 것이겠지요.

환자 입장에서 치료비가 많이 든다는 점은 당연히 좋지 않습니다. 누구나 싼 값에 적정한 치료를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 같고, 의사의 입장에서 역시 치료하는 환자가 부담 없이 치료를 받는 것이 마음이 편합니다.
그러나 조금 시각을 바꾸어 "이렇게 비싼 루센티스 약이 만약 나오지 않았다면?" 하고 한번 생각해 본다면 어떨까요?  환자가 황반변성 치료에 쓰는 비용은 당연히 줄어들었겠지만 현재 그나마 루센티스 치료 덕분에 시력을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상당수 환자들이 이미 실명하게 되었을 것입니다.  

앞서 '황반변성의 사회적 비용' 편에서도 잠깐 말씀드렷듯이 실명을 하게 되는 경우 본인의 불편함과 절망감은 당연히 말할 필요가 없으며 주변의 가족분들 역시 환자를 보살피느라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루센티스 약제는 아주 비싼 약제이긴 하지만 '많은 환자들에서 실명을 방지해 주는' 이 약제의 효과는 비싼 가격보다 훨씬 큰 이득을 환자들과 그 가족들게 주고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 이 약제가 보험 승인을 얻었을 당시의 가격은 한 번 주사에 약 백 몇십만원 정도 되었을 것입니다. 다만 너무 가격이 비싸서 횟수 제한을 두었지요.
우리 정부에서도 비록 비싼 약이긴 하지만 황반변성 환자의 시력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막대한 약제비를 부담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약을 개발한 회사는 전세계 제약 업계에서 1,2위를 다투는 노바티스 (Novartis)라는 회사입니다.
루센티스 약제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거둬들였는데, 이들 중 일부를 약제의 보다 효과적인 사용을 위한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 재투자 하였습니다.
현재 이용되고 있는 다양한 황반변성 치료 방법의 일부는 이러한 재투자의 결과로 확립된 것입니다.

더 나아가 회사는 루센티스 치료로 잘 듣지 않는 황반변성을 치료하기 위한 신약 개발에도 투자하였습니다. 이러한 신약들 중 일부는 수년 안에 출시되어 환자치료에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재의 치료 방법으로 실명을 면할 수 없는 환자들 중 일부는 시력을 유지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결국 비록 약제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비싸게 비용을 지불하는 만큼 환자들에게 돌아가는 이득도 크다는 것입니다.

향후에도 다양한 황반변성 치료 약제가 개발될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약제 가격이 너무 비싸게 책정되지는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래야 환자에게 부담 없이 처방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비록 약제 가격이 조금 비싸게 책정된다 하더라도, 그럴 만 한 가치가 있는 약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Writer prof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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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휘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삼성서울병원에서 안과 전공의 및 망막 전임의 과정을 수료하였다.
현재 김안과병원 망막전문의로 근무하고 있으며,
황반변성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의 개발을 위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015/01/29 13:01 2015/01/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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