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김의 황반변성 이야기 25 – 황반변성 환자들의 ‘닥터 쇼핑’
안녕하세요? 망막전문의 김재휘입니다.
황반변성은 최소한 수 년 이상의 장기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여러 번 재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답답한 마음에 일부 환자들은 이병원 저병원 다니면서 더 나은 치료 방법이 없는지 수소문하기도 합니다. 이런 행위를 ‘닥터 쇼핑’이라 부릅니다.
저에게 치료 받다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기시는 분도 있고, 반대로 다른 대학병원에서 치료 받다 저에게 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답답한 환자들의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황반변성 치료를 받으면서 너무 자주 치료 의사나 병원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보통 병원을 옮길 때면 치료 기록과 검사 기록을 복사해 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환자는 ‘기록을 모두 가져왔으니 새로 나를 치료해 줄 의사가 내가 어떻게 치료 받았는지 잘 알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할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 전 다른 대학병원에서 황반변성으로 치료받다 김안과병원을 방문하신 환자분이 한 분 계셨습니다. 환자분은 약 3년 동안 주사 치료를 10번 이상 받으셨는데, 첫 1년은 또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다 2년 전부터 이전 대학병원으로 옮기셨던 분이었습니다.
두꺼운 진료 기록과 검사 기록을 꼼꼼히 검토했지만 기존에 치료하던 의사가 왜 이 때는 주사를 하지 않고 저 때는 주사를 진행했으며, 황반변성이 주사 약제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전에 치료 받던 두 대학 병원의 의무기록도 형식이 너무 달라 쉽게 알아보기도 어려웠습니다.
병원마다 검사 장비도 서로 다른 경우가 많은데, 평소 자주 접해 보지 못한 장비로 검사한 결과는 눈에 쏙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검사를 다시 시행하고 현재 상태를 확인 후 치료 방침을 정하기는 하였지만 아무래도 제가 오래 보던 환자들에 비해서는 환자 눈 상태를 확실하게 알 수는 없었습니다.
직장의 변동이나 이사와 같이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모르겠지만 황반변성 치료를 받으면서 담당 의사를 자주 바꾸는 것은 별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만약 꼭 바꾸어야겠다면 ‘이번 한 번만 바꿔 보겠다.’는 생각으로 신중하게 결정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