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며칠간은 충실히 관광객 모드로 파리를 누비고 다녔습니다. 베르사유 궁전까지 갈까 말까 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먼 거리를 이동하기가 부담스러워 대신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가르니에 오페라 극장에 갔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의 배경이 된 곳답게 온통 금빛으로 번쩍이는 오페라 극장은 찍는 곳마다 포토스팟이라, 유명한 부르봉 왕가의 궁전에 가지 못한 아쉬움이 달래졌습니다. 평소에는 관광객들이 워낙 많아서 사람에 밀려다닌다고 하던데, 저희가 방문한 날은 하늘이 잔뜩 흐린 날이었고 오전시간이었던 덕인지 상대적으로 한산했습니다. 오페라 극장 창에서 바로 보이는 갤러리 라파예트 전망대에 올라 에펠탑이 멀리 보이는 뷰도 감상하고, 점심 식사 해결을 한 것도 좋았습니다.
숙소로 돌아가 네 식구 다같이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배부르게 저녁밥을 해먹고 에너지를 가득가득 채웠습니다. 저녁 파리 야경투어가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거든요. 파리의 야경이 아름답다는데, 프랑스어도 모르고 길도 낯선데다 미취학 아동을 둘이나 동반한 저희끼리는 밤 시간에 파리를 돌아다닐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여행 사이트에서 파리 도보야경투어+스냅사진 패키지가 있기에 파리로 출발하기 몇 주 전에 미리 신청을 해두었습니다. 저녁 8시에 세느강을 가로지르는 다리에서 가이드와 다른 투어 신청자들과 만나 걷기 시작했습니다. 이어폰으로 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의 ost와 함께 안내를 들으며 걷는 파리의 골목길은 한번쯤 걸어볼 만 했습니다. 세느 강변을 따라 걷다 라탱지구를 지나 시테섬으로 들어서니 지난 대화재로 불타버린 노트르담 성당이 멀리 보였습니다. 영화 Before Sunrise에 등장했던 Shakespeare and Company 서점에도 들르고 아름다운 파리 시내를 마음껏 누비다 루브르 박물관 안에 들어가서 눈부신 유리 피라미드도 보고, 세 시간이 넘는 도보여행은 눈부시게 반짝이는 에펠탑 앞에서 끝났습니다. 유모차를 밀고 열심히 투어를 따라다니는 가족은 저희 뿐이었지만, 다른 가족 팀에 있었던 초등학생 남자아이와 저희 아이들이 금세 친해져서 깔깔대며 돌아다닌 덕에 걱정과 달리 큰 고생 하지 않고 즐겁게 투어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받아온 스냅 사진도 기대보다 훨씬 훌륭하고 다양해서 만족도가 정말 높았습니다. 파리에 가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해드리고 싶을 정도로요.
다음 날 고대 이집트 유물을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루브르 박물관에 들르고 샹제리제 거리를 주욱 걸은 후, 드디어 저희는 파리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디즈니랜드로 갔습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와 디즈니랜드 두 곳으로 나뉘어있었는데, 디즈니랜드의 불꽃놀이가 유명하다고 하여, 아침에 디즈니스튜디오로 입장해서 오후에는 디즈니랜드로 넘어갔습니다. 둘째 아이가 만 3세가 안 된 터라 놀이기구 타는 건 거의 포기를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유로디즈니랜드에서는 거의 모든 놀이기구 및 공연이 부모만 동반을 한다면 특별한 나이 제한 없이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나이제한, 키 제한이 엄격한 우리나라 놀이동산과 참 다르더군요. 놀이기구보다 더 인상적인 건 디즈니랜드 곳곳에서 열리는 공연이었습니다. 적당히 시간에 맞춰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는데, 월트디즈니의 레전드급 작품만 컴필레이션으로 엮어놓았더군요. 음악과 무용, 무대장치, 공연의 짜임새 등이 너무나 훌륭해서 아이들도 좋아했지만, 정작 아이들을 데려간 저희 부부가 넋을 놓고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폐장시간 한 시간 전부터 있었던 일루미네이션 쇼는 불꽃놀이라 단순히 부르기 아까울 정도였습니다. 디즈니성 자체가 스크린이 되어 음악과 불꽃, 레이저쇼가 환상적으로 어우러져 오랜 시간 기다린 보람이 충분히 있었고, 파리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7살, 3살 아이 둘을 데리고 떠난 모험에 가까웠던 파리 여행은 여행자 보험 청구할 일 없이 무사히 끝나고 돌아왔으니 이만하면 성공적이었다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비록 아이들이 너무 어려 시간이 흐르면 자신들이 언제 그런 데를 가봤냐고 오리발을 내밀 것도 같으니, 찍어온 사진들을 보여주며 ‘엄마아빠가 이리 고생하며 너희들을 데려갔다’며 두고두고 세뇌교육(?) 시켜야겠습니다.ㅎㅎ
작년도 그렇고 올해도 유럽굴절백내장 수술 학회인 ESCRS에서 학회장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가족과 좋은 힐링 시간을 가질수 있어 너무 행복했습니다. 김안과병원에서 보다 힘내서 환자분들과 소통하고 치료할수 있는 에너지 충전을 많이 할 수 있던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