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춥던 11월 10일에 경기도 여주에서 김안과병원에서 주최하는
제2회 한국 시각장애인 골프대회가 있었습니다.
제2회 한국 시각장애인 골프대회가 있었습니다.
한국 시각장애인 골프대회는..
바람도 불고 초겨울 7시는 참 어둡고 추웠습니다.
두 명의 여자선수와 같은 조가 된 저는 처음에는 많이 어색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로서가 아니라 같은 골프라는 운동을 하는 "팀 동료"로 시각장애인을 만난 것은 처음이었으니까요.
의사로써의 본능이 나와서 그분들의 선글라스 속의 눈을 보면서, 마음속으로 진단을 내리고 현재 상태를 추측하고 있을뿐 그분들의 골프실력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각 선수의 호흡을 함께하는 서포터들이 공을 티에 꽂아주고 방향을 잡아준 후 힘차게 골프채를 휘두르는 그분들의 모습을 본 후에 저는 "제가 나이가 많으니까 조금 봐주셔야 합니다" 하고 계속 외치게 되었습니다. 물론 제가 골프를 잘 치지 못하긴 하지만 그분들의 드라이버 거리가 저보다 한 30 야드는 더 많이 쭉~~나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앞에 물이 있어도, 벙커가 있어도 서포터가 얘기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그분들의 공은 참 똑바로 잘 날아갔고, 눈이 보이는 제 공은 이리저리 굴러다녔습니다.
가장 마음 편히 걸어 다닐 수 있는 곳이 골프장의 잔디밭이고, 또 움직이지 않는 공이기 때문에 정상인들과 시합도 할 수 있는 골프가 그분들에게 참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해준 18홀의 시간이었습니다.
시상식에서는 한번 더 감동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전맹(전혀 보이지 않는 분) 부분에서 제일 많은 타수를 친 선수가 "격려상"을 받고 하신 말씀 때문입니다.
"제 아들이 호주에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2주의 시간을 내서 한국에 온 아들이 오늘 저의 서포터로 18홀의 골프를 같이 쳤습니다.
오늘 저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에는 우승을 하겠습니다."
나이든 아버지의 옆에서 상품을 받아 든 20대의 아들의 얼굴도 너무나 행복해 보였습니다. 2주의 시간을 내서 한국에 온 아들이 오늘 저의 서포터로 18홀의 골프를 같이 쳤습니다.
오늘 저는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감사합니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에는 우승을 하겠습니다."
그날 오후의 햇살은 참으로 따스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의 눈을 고쳐주지는 못해도 그분들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든 18홀의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골프대회도 참 따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