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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ed under 아이조아 (사시소아안과)

우리 애가 눈은 멀쩡하다는데 잘 안보인데요… 왜 그런거죠?

진료를 보다보면 교정시력이 나쁘다고 의뢰되어 오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안경을 아무리 잘 맞추어 줘도 교정시력이 0.1 정도라든지 그런 경우들이죠. (참고로 몇 번 한 이야기 했지만 나안시력과 교정시력은 다른 개념입니다. 흔히들 맨눈으로 보는 게 잘 안보이면 시력이 나쁘다고 하지만, 이런 경우는 나안 시력이 나쁜 것이고 실제 교정 시력이 어떤지는 굴절검사를 해 봐야 됩니다.)

진료시에는 당연히 먼저 눈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합니다. 굴절검사 등 이런 저런 검사들로 눈에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경도수도 잘 맞는지 확인 하고 그래도 교정시력이 잘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조금 다른 검사들을 해 봅니다. 악용될 소지가 있어 자세하게 설명은 어렵지만 여튼 안경을 써도 맨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만드는 검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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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검사에서 시력이 잘 나온다면(실제로는 맨 눈으로 보는 것과 같아요), 가성약시를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약시라는 것은 말 그대로 보는 능력이 약하다는 건데, 예로 심한 원시나 난시 등과 같은 굴절이상, 사시 등에 의해 생길 수 있습니다. 가성약시는 그런 이유가 아닌, 실제로는 약시가 아닌데 마치 약시처럼 교정시력이 잘 나오지 않는 겁니다. 대표적인 이유는 심리적인 문제입니다. 가령 새학기가 시작 될 때나 또는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등 평소와 다른 환경에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시기에 그런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보호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기타 다른 이유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우선 보호자분께 검사 결과를 설명 후 주위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 없는지를 확인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환아에게는 좋아질 수 있다고 잘 달래서 보냅니다.

주의하실 점은 절대로 아이에게 “너 잘보이는데 거짓말 하는 것 아냐?” 등 윽박지르거나 의심하는 말을 해서는 안됩니다.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경우 대부분 다음 외래 진료 볼 때에는 좋아져서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제가 가성약시가 의심되어 보호자께 설명 후 경과관찰 하였던 고학년 환아가 있었는데, 호전이 없어 결국 정신의학과 선생님께 의뢰 드렸던 경우가 있었습니다. 당시 부모님은 애가 절대 스트레스 받을 일이 없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 그러셨습니다.

그러나 정신의학과 진료 후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그 아이는 병원에 오지 않으면 쉴 시간이 없어 어떻게든 아파야 되는 아이라는 말씀을 하셨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들어보니, 학교 끝나고 나서부터 밤 늦게까지 이런저런 학원을 다닌다고 쉴 시간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한테 오기 전에는 복통으로 소아과 입원 및 수 많은 검사를 받았고, 지금도 어쨌든 안보여야 학원을 가지 않고 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안타까운 건 부모님이 이 사실을 인정치 않으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님 입장에서야 당연히 자식들이 열심히 공부하도록 어떻게든 더 학원을 보내고 싶으시겠지만, 한편으로는 그게 아이에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한번쯤은 생각해 보셨음 합니다.

 

2015/10/29 14:07 2015/10/29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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