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간단명료하게 생각하기: ‘GIFT’ (3) – 시야 검사
지난 시간에 이어서 이번에는 ‘녹내장 간단명료하게 생각하기: GIFT’의 세 번째 요소인 ‘F = Field (시야)’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3. F = Field (시야) – 시야이상이 어느 정도인가?
‘녹내장이 있으시네요’라고 말씀 드리면 대부분 돌아오는 질문은 ‘상태가 심한가요?’입니다. 환자에게 녹내장의 정도를 설명할 때 가장 좋은 방법이 시야결과에 따른 분류입니다. 여러 가지 분류가 있지만 가장 간단한 방법은 자동시야검사의 결과에 따라 초기, 중기, 후기, 말기로 설명하는 방법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기나 말기라는 말 대신에 ‘녹내장이 다른 분들보다 좀 심한 편이세요’라고 말씀 드리기를 좋아합니다. 특히 ‘실명될 수 있습니다’라는 말은 경우에 따라 아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환자들도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완곡하게 ‘시력이 많이 내려갈 수 있습니다’ 같은 표현을 쓰는 것이 좋을 때가 많습니다. 시야의 정도를 평가할 때는 환자의 나이도 반드시 고려해야 합니다. 가령 같은 중기의 시야결손이 있다 하더라도 환자가 20대냐 90대냐에 따라서 치료 방침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야검사의 원리는 청력검사와 비슷합니다. 청력이 좋은 사람은 작은 소리도 잘 듣고, 청력에 문제가 있다면 작은 소리를 잘 못 듣게 됩니다. 마찬가지로 신경세포의 기능이 정상이라면 어두운 빛도 잘 볼 수 있지만 신경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있으면 어두운 빛은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따라서 망막 여러 부위의 신경세포들이 얼마나 튼튼한지 알기 위해서 망막의 여러 부위에 밝은 빛, 어두운 빛을 번갈아 가면서 비춰주고 얼마나 잘 보이는지 확인하는 것이 시야검사의 기본 원리 입니다. 한 마디로 ‘몸이 얼마나 튼튼한지 체력장 검사 하듯이 시신경 세포들이 얼마나 튼튼하지 세포들의 체력을 테스트하는 검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시야검사 장면입니다. 어두운 빛과 밝은 빛을 번갈아 가면서 보면서 어느 정도 어두운 빛까지 볼 수 있는지 신경세포들의 기능을 확인하는 검사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경우, 시야검사를 처음 할 때는 힘들어 하시는데 여러 번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기게 됩니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 체력 테스트 결과가 달라지듯이 시야검사 결과도 할 때마다 조금씩 변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저도 시야검사를 받아 봤지만 꽉 막힌 통에 얼굴을 대고 집중해서 어두운 빛을 봐야 하기 때문에 꽤 피곤한 편입니다. 특히 피곤한 상태에서는 검사 받다가 졸리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주 중요한 검사이기 때문에 가급적 꾸준히 열심히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환자가 일정한 시간을 두고 여러 번 받은 시야검사 결과입니다. 처음 검사(A)에 비해서 두 번째 검사(B)가 까만 부분이 더 많아져서 나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세 번째 검사(C)를 보면 처음 검사보다 오히려 검은 부분이 줄었습니다. 그러면 이 환자의 녹내장은 좋아진 것일까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시야검사는 검사 할 때마다 차이가 나고, 진행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드시 경험 많은 안과 전문의가 제대로 판독해야 합니다. 시야검사나 안압검사 자체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비전문가도 사용 가능하다는 생각은 해당 분야의 실제 상황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매우 위험한 생각입니다. 의사들이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서 반드시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사용하도록 제한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다음 시간엔 ‘T = Trend (진행 양상)’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