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김의 황반변성 이야기 18 – 황반변성의 사회적 비용
안녕하세요? 망막전문의 김재휘입니다.
오늘은 질병의 치료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해 볼까 합니다.
‘마지막 주사를 맞고 난 후 6개월이 되었네요. 조금 재발하는 양상이 보이니 주사 치료를 1회 더 진행하겠습니다.’
80대의 재발성 황반변성 환자에게 추가 주사를 설명하였고, 환자와 50대 쯤으로 보이는 보호자 아드님은 진료실 밖으로 나가셨습니다. 그런데 조금 후 문을 똑똑~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보호자 분이 다시 들어오시더니 조심스럽게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 저.. 혹시 주사 치료를 한 2주 미루면 안될까요?... 제가 일 때문에 내일 당장 지방에 좀 내려가야 하는데.. 다다음주 정도 되어야 시간을 조금 내서 올라올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저희 아버님께서 주사 맞고 난 후에 혹시나 문제가 생길까봐 워낙 불안해 하셔서 한 2~3일은 제가 항상 같이 있어야 하거든요…’
알고 보니 환자분은 저희 병원 근처에 사셨지만 보호자 분인 아드님은 직업 상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을 하시는 분이셨습니다. 지방에서 일을 하시다가도 아버지의 병치료를 위해 며칠씩 시간을 내어 서울로 다시 올라오시곤 하셨던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주사를 여러 차례 맞으신 분이셨는데, 그때마다 이렇게 하셨다고 하니… 환자분의 근심도 크겠지만 한창 일하고 계신 보호자분 역시 중간에 일을 손에 놓고 다녀야 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중한 질환이 그렇듯이 황반변성 역시 치료 자체에 소요되는 비용뿐 아니라 가족, 친지들의 노고를 동반하게 됩니다. 더 나아가 국가에도 부담이 되지요. 이를 ‘사회적 비용’이라 합니다.
황반변성으로 실명하게 되는 경우 환자 본인의 불편뿐 아니라 자식 세대 역시 상당히 부담을 지게 됩니다. 간병인 등의 비용은 물론이고 직접 모시고 사시면서 겪게 되는 부담도 상당합니다.
앞에 보여드린 예와 같이 열심히 일해야 하는 보호자들이 생업에 지장을 겪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황반변성으로 실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되면서 이러한 부담이 점점 커지게 된다면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황반변성의 치료에 필요한 비싼 약제비의 대부분을 나라에서 해결해 주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 나라 65세 이상 노령 인구의 구성비 (빨간색 선)를 예측하는 그림입니다. 2020년을 기점으로 급속한 증가가 눈에 띄네요. 통계청 자료로 네이버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노령화가 진행되는 국가 중 하나라고 합니다.
노령화와 함께 전형적인 노인성 질환인 황반변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점점 커지겠지요.
보다 좋은 약제들이 빨리 개발되어 환자를 시력 상실의 고통으로부터 구하고,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